한국 경제 3.3% 성장 전망, 그런데 왜 내 지갑은 가벼울까?

반도체 호황을 국민의 살림으로 연결해야 한다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왜 우리 가게는 손님이 없을까?”

경제 뉴스를 접하며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수출과 성장률이 개선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장바구니와 월세, 대출이자를 생각하면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국가경제의 성적표와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왜 다를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13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3%로 높였다. 강한 반도체 수요가 성장세를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다만 이는 올해의 확정 성적이 아니라, 앞으로의 여건을 반영한 전망치라는 점부터 구분해야 한다.

성장률은 국민 각자의 소득 증가율이 아니다

국내총생산이 늘었다고 모든 가정의 소득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동네 음식점, 지방의 건설업체, 은퇴한 가정에 그 효과가 전달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별로 고용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따라서 수출 호조와 생활의 어려움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성장률이 개선됐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어려움을 과장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체감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산업 경쟁력이 만들어 낸 성과를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살피는 일이다.

물가 상승이 둔화돼도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가계가 체감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가격의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말은 대체로 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이다. 이미 오른 식료품값과 외식비, 주거비가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월급이 조금 늘어도 필수지출이 더 많이 증가하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자영업자 역시 매출만으로 형편을 판단하기 어렵다. 재료비·임차료·인건비·이자를 지급하고 실제 얼마가 남는지가 중요하다. 정책이 살펴야 할 대상도 이처럼 생활 속에 남는 소득이다.

반도체의 성과는 기회이지만, 의존도는 점검해야 한다

IMF의 전망 상향은 한국이 인공지능 산업 확대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IMF는 한국과 대만을 AI 하드웨어의 핵심 교역국으로 평가했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쟁점은 성장의 확산 가능성이다. 특정 산업의 성과에 경제 전체가 크게 의존하면 해당 산업의 투자와 수요가 흔들릴 때 충격도 커질 수 있다.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면서 그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소프트웨어, 지역의 협력기업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가 국내 일자리와 기술 축적으로 연결되는지,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기회를 얻는지까지 살펴야 성장의 기반이 넓어진다.

해법은 성장의 성과가 가계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첫째, 민생정책의 평가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 성장률과 수출액에 더해 실질소득, 고용의 질, 자영업자의 수익성, 지역별 소비를 함께 공개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평균이 개선돼도 어려움이 집중되는 계층과 지역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지원은 대상과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사업자에게는 회복의 기회를 주고, 상환이 어려운 채무자에게는 재기할 수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 지원금 지급 이후 자립 가능성이 높아졌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셋째,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유통의 비효율과 불공정 거래를 줄이고, 주거·에너지 비용의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리 인하 역시 물가와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므로 모든 문제의 해결책처럼 다뤄서는 곤란하다.

국민이 체감하는 회복이 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성장률 전망 상향을 민생 회복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성장의 기회를 확보했다면 이제 그 기회가 가계와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경로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경제는 수출 실적과 국민의 생활이 함께 나아지는 경제다. 정책의 성적표에는 성장률뿐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생활을 꾸릴 수 있는지, 작은 가게가 비용을 치르고도 수익을 남기는지에 대한 답이 담겨야 한다.

국민이 기다리는 회복은 뉴스 속 숫자가 자신의 살림에서도 확인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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