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119에 전화를 걸면서 우리 지역의 재정자립도를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어디에 살든 필요한 순간에 구조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을 지키는 데 필요한 돈이 바로 소방 예산이다.
최근 소방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발언과 예산 삭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따져야 할 것은 공직자의 언어와 태도,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뒷받침하는 재정 구조다. 두 문제 모두 책임 있는 답이 필요하다.
소방관의 헌신을 재정 부담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소방을 ‘재정 빨대’에 비유한 발언으로 비판받았고,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거듭 사과했다. 같은 자리에서는 소방차 교체와 장비 보강 등을 포함한 소방 예산 34억5천만원 삭감도 쟁점이 됐다. 경기도는 국비 지원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한 현장에 들어가는 소방관과 그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골칫거리처럼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재정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 부담을 현장 구성원에게 돌리는 듯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사과를 몇 번 했는지만 따지는 것으로 논의가 끝나서도 곤란하다. 사과 이후 실제로 어떤 예산을 확보하고, 무엇을 개선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국가직 전환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지역에 따른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국가의 재난 대응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인력과 예산이 늘어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지방재정 의존과 지역 간 격차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가 소방청과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소방예산에서 국비가 차지한 비중은 10.7%였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재정의 대부분을 지방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 모든 비용을 즉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시설과 위험을 잘 아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만 국민에게 공통으로 보장해야 할 안전 수준까지 각 지역의 재정 여건에 크게 좌우되도록 두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에게는 장비와 대응 능력의 문제다
소방 예산은 행정기관 사이에서 돈을 나누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소방관의 보호장비를 제때 바꾸는 일, 구조·구급 장비를 갖추는 일, 충분히 훈련하는 일과 연결된다.
다만 특정 예산 삭감이 특정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조사 없이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작업과, 앞으로 같은 위험을 줄일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또 지역별 예산을 단순히 주민 수로만 비교해서도 부족하다. 공장이 밀집한 곳, 산림이 넓은 곳, 고령자가 많고 병원까지 거리가 먼 곳은 서로 다른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 안전의 형평성이란 모든 지역에 같은 금액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맞추는 것이다.
다음 예산에서 달라져야 할 세 가지
필자는 먼저 정부와 국회가 필수 인력·보호장비·교육훈련에 대한 국가 지원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본다. 지원 규모뿐 아니라 재난 위험과 지방의 재정 여력을 반영하는 배분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소방 예산을 줄일 때 사업별 이유와 안전에 미칠 영향, 대체 재원 확보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장비 교체를 미룬다면 언제까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주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소방청은 지역별 장비 교체 필요량과 인력 부족 현황 등을 비교 가능한 방식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예산 증액 요구도 구체적인 위험과 개선 목표를 제시할 때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국가 지원을 늘리면 다른 사업과의 재원 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증액과 함께 구매·배치·훈련의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 예산의 크기와 실제 안전의 개선을 함께 평가하자는 뜻이다.
소방관에 대한 존중은 말과 예산에서 함께 드러나야 한다. 이번 논란 이후 확인할 것은 내년도 예산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국가와 지방이 부담할 책임을 얼마나 명확히 하는지다. 국민이 사는 곳에 따라 구조받을 기회의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소방 재정 개편의 기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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